Jang_quixote 2016. 7. 22. 23:57

학원에서 프린트 받으러 가다가 뒷자석 여성분의 음료수를 살짝 흘렸다. 
너무 죄송한 마음과 함께 당황한 나머지 무엇을 해야할 지 몰라 연신 미안하단 말만 반복했다.
여성분은 괜찮다며 환한 미소를 지어주셨지만 옆에 있던 남자친구분은 내 뒷통수를 향해 온갖 험담과 비난, 욕을 던졌다. 
정말 화내고 싶고, 심지어 때리고까지 싶었지만 내가 만든 실수이기에 뭐라할 자격이 없었다. 
그저 부족한 내 자신이 속상했다.
수업시간 내내 졸지 않았다. 정말 집중해서 수업을 들었다.
공부에 늘 방해가 되던 코감기도 수업시간만큼은 잠잠했다. 
근데 수업을 듣고나서 다시 책을 보려니 강사님이 뭐라 하셨는지 하나도 생각이 안났다.
필기도 무슨 내용인지, 왜 밑줄을 그었는지 하나도 생각이 나질 않았다.
부족한 내 자신이 속상했다.
자꾸만 공부에 대한 정신력이 흐트러지는 것 같고, 조급함과 불안함이 생기는 것 같아서 민석이형 옆에 있으면 최대한 많이 웃으려고한다. 일부러 농담도 많이 하면서 어떻게든 그 분위기를 좋게 하려고 한다.
근데 내 스스로가 알고 있다. 가식적인 웃음과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 감정이라는 걸.
그걸 너무 뚜렷하게 알 수 있었기에, 부족한 내 자신이 속상했다.
속상한 하루였다.
그냥 모든게 조금씩 속상했다.
공부를 할수록 내 스스로는 점점 바보가 되어가는 느낌이었다.
생각대로 마음이 움직이질 않고, 육체도 제멋대로 따로 움직이는 것 같다.
조금만 조심해도, 조금만 노력해도 충분히 문제없을 것 같은 일들을 짊어지고 있다.
하루하루가 계속 똑같다. 수업, 공부, 잠.
오늘과 같이 계속 이런 속상한 날들이 계속된다면 과연 내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공부는 전혀 힘들지 않은데, 도리어 즐겁고 재밌는데 내 자신의 부족함을 너무 절실히 느낄 수 있어서 힘들다.
지금 갖고 싶은게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주저없이 대답할 것 같다.
배려, 관심, 이해.



2010.03.21 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