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질서 안에서.
정말 마음 고생이 많은 하루였습니다.
나름 열심히 준비했다고 생각했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무탈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항상 버릇처럼 입에 달고 살던 말이 그렇게 생생하게 경험될 줄 몰랐습니다.
'사람 일이란 게 내 뜻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구나......'
생전 처음으로 3주 전부터 비염을 앓게 되었고 그것이 평소 공부할 때도 많이 괴롭혔는데,
시험장에선 유독 더 심하더라구요.
엎친데 덮친 격으로 제가 시험보던 학교는 단수가 되었고 화장지도 있지 않았습니다.
시험보는 내내 혼란스럽고 어지럽고 불안하고, 결국 안되겠다는 결심 끝에 일렬로 찍고 나왔습니다.
시험장 밖을 나오는데 어찌나 상실감이 크고 원망스럽던지......
사실 어떤 시험이든 그리 큰 걱정거리는 아니었습니다. 나름 자랑이지만 신앙으로 쉽게 이겨내곤 했으니까요.
그리고 항상 긍정적 생각에 훈련이 되어있던 터라 왠만한 시련에도 금새 일어서곤 합니다.
그런데 오늘만큼은 도저히 일어날 힘이 없었습니다.
가족한테 정말 미안하더라구요.
항상 나 때문에 5시간도 채 주무시지 못하는 아버지, 자기 쓸 돈 아껴가며 내 수험비용 대주고 있는 누나.
그저 미안함 때문에 정처없이, 한숨만 푹 쉬며 쭉 3~4km를 걸은 것 같습니다.
아버지 전화받을 땐, 다음에 잘보면 된다고, 컨디션이 안좋을 땐 그냥 포기하고 나오지 그랬냐는 말에 무덤덤히 대답했지만 사실 울음 꾹 참았습니다. 눈물은 참기 힘들었지만.....
정처없이 떠돌다가 하루만큼은 교회를 가지 않고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확신에 찰 즈음에 섬김이 누나한테 예배 전에 잠깐 보자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가서 마음의 부담감, 미안함을 다 쏟아내었습니다. 반강제로 교회 예배당에 들어가게 되었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예배를 시작했습니다.
성찬식이 있다는 사실은 성찬식이 시작되고서야 알게 되었고, 그 기회를 통해 오늘 하루의 서러움을 회개하고, 내려놓으며 눈물로 기도했습니다.
고시생활,
누가 하라고 해서 하는 것도 아니고, 나만 짊어지고 가는 싸움도 아니라는거 숱하게 생각합니다.
그래도 이제 막 4주 접어드는 이 시점에서 정말 힘드네요.
체력이 부족해서 가끔 공부하다가 기절하곤 합니다. 짧게 짧게 빠지는 기절이지만 그게 반복되다보면 육체적 피로보다 정신적인 억눌림, 자신감 상실이 더 큰 상처입니다.
이런 힘든 과정 속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것은,
하나님께서 오늘 하룻동안의 나를 보시고 우연과도 같은 그분의 인도하심, 질서를 통하여 다시 절 회복시키시고 일으키셨다는 것 때문입니다.
정말 절실히 느낍니다. 전 기도 없이는 도저히 공부를 버텨낼 자신감, 힘, 능력이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또 한편으론 내일은 또 어떤 인도하심 가운데 나아갈까라는 기대감도 가져봅니다.
[네 소원을 만족하게 하사 독수리와 같이 새롭게 하시는도다]
제 독서실 책상에 붙어있는 말씀입니다.
2007년 고삼생활 시작과 함께 품게된 말씀이자, 2010년 시작과 함께 다시 품게된 말씀이지요.
분명 말씀이 살아움직이는 능력이 되어 제 삶 부분부분마다 눈으로 보게될 줄 믿습니다.
간절히 부탁드리기로는,
저를 위해 기도해주세요. 육체적으로, 영적으로 지치지 않도록, 하나님의 부르심의 때를 기다릴 수 있도록.
저 또한 단 하루도 기도를 빼놓지 않겠다는 결단을 합니다.
아멘.
2010.03.28 2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