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생각/고시촌 생활

나눔을 통한 채워짐의 경험.

Jang_quixote 2016. 7. 23. 09:31

내가 가진 책을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는 재미에 푹 빠져 살고있다.
굳이 새 책이 아닌 내가 쓴 책을 주는 이유가 있다. 우선 내가 읽어본 책인만큼 내용에 있어서 자부하고, 받는 사람으로 하여금 나와의 지적 교류를 할 수 있을거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믿기 떄문이다. 특히 받은 사람이 그 책을 읽다가 유독 잘 넘어가는 부분을 발견하게 될텐데 그곳에서 내가 중요하게 느꼈을 부분을 그 사람도 발견하고 함께 공감할 걸 생각하면 더욱 짜릿하다.
덕분에 조금씩 내 용돈과 쌓아놓은 책들이 줄고있다. hand-to-hand방식도 좋지만 우편을 통해 깜짝 선물을 받게 된다면 더 큰 기쁨을 느낄거라 생각해서 우체국을 자주 드나드는데 경제적 부담과 시간적 부담을 결코 무시할 순 없다. 그래도 그 이상으로 내게도 채워짐이 있으니 결코 헛된 투자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부수적 기쁨이라면, 우체국 청원경찰분과 조금은 친해진 것 같다는 것?)
책 나눔에 빠지게 된 계기는 '안수현' 형제 덕분이다. [그청년바보의사]라는 책을 읽으며 나 또한 그 형제가 누렸을 감동과 설레임을 경험해보고자 시작하게 되었는데 어느덧 이번 달만 두 권의 책이 새 주인에게로 흘러갔다. 처음엔 받는 사람도 부담스러워할 것 같고 그리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되지 않아 포기하려 했지만 행동으로 옮긴 지금에서의 느낌은 역시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다.
더 놀라운 것은, 난 분명 비움을 하고 있는데 그 비움과 동시에 채워짐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오늘이 더욱 그랬다. 오전 내내 기분이 좋지 않고 우울해서 심란해하던 중 문득 동두천에 사는 J군에게 책을 보내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이왕이면 편지도 같이 넣어서 보내자는 생각에 문구점, 독서실, 우체국 등 이곳저곳 움직여다녔다. 편지엔 간단한 책 내용과 함께 그 책을 읽으며 느낀 내 생각들도 적고 마무리는 귀한 성경 말씀으로 채웠다. J군이 집에 돌아왔을때 배달된 우편을 받고 느낄 감정을 생각하니 우울한 내 기분은 온데간데 없고 어린아이마냥 절로 웃음이 나왔다.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가장 큰 특권이 있다면 아마 나눌 때의 즐거움이 아닌가 싶다. 다른 동물들과 다르게 인간은 끝없이 채운다고 다 채우는 존재가 아니다. 결국 욕심의 무한계를 발견하고 채움의 유한계를 발견하며 끝내 좌절하는 모습은 역사가 수도없이 증명하고 있다. 인간은 다른 존재와는 달리 나눔을 통해서도 기쁨을 누릴 수 있고, 그것을 가장 몸소, 완성적으로 보여주신 분이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크리스천이라면 특히 이 기쁨을 누리길 소망한다. 채움의 미학이 아닌 나눔의 미학을 통해 누리는 은혜는 예수 그리스도를 가장 잘 담고 생각한다.
교회 같은 공동체 M양이 내게 또 하나의 가르침을 주어서 감사하다고 했다. 나눔을 통해 채워진 또 다른 보상이랄까?^^
하나님의 역사는 내 생각 이상이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하루였다.



2010.10.15 2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