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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생각/고시촌 생활

마지막 유품.

Jang_quixote 2016. 7. 23. 00:00
아버지께서 우체국 다녀오시더니 잔뜩 화가 나서 돌아오셨다.
이유인 즉,
어머니 돌아가시기 전부터 들어놓았던 아버지 보험이 있었는데 2004년 아버지 뇌졸중 판정 받았을 때 뇌졸중 적용이 안되는 보험이라며 보상을 해주지 않았다. 그러고나서 6년이지나 얼마 전에 우체국 측으로부터 보험금 미납입으로 실효가 될 것이라는 통보가 왔고 이에 아버지께서 다시 부활시키기 위해 보험금을 납입하셨는데 오늘 전화와서는 2004년 뇌졸중 때 보험금을 받았기에 부활시킬 수 없고, 따라서 실효시킨다고 하더라고 하셨다.
아버지께서 잔뜩 화나셔서 창구 직원에게 갖은 욕설을 퍼붓던 중 지점장과 청원 경찰 10여명이 나왔는데 아무도 왜 부활이 안되는지 제대로 설명을 안해주더라고 하셨다. 그저 뇌졸중 떄문에 부활시킬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내가 우리 가족 중 유일하게 느긋하고 조용한 성격이라 그런지 몰라도 난 억울한 일이 있어도 시끄럽게 소리지르며 따지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사실 오늘 일은 이런 이유보다도....... 우리 아버지가 아무런 힘이 없어서 그저 소리치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밖에 달리 할 방법이 없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다.
비단 우리 아버지만이 아닐 것이다. 알아 듣기도 어려운 법률용어, 약관 내세우며 무조건 안된다고만 주장하는 대기업 앞에 쓸쓸이 발걸음 돌리며 고개 숙이는 사람이 어찌 우리 아버지뿐이겠는가.
왜 약자는 항상 목소리를 크게 내야만 하는지, 무엇보다 이 점이 가장 날 화나게 한다. 조그마한 소리로 자신의 뜻을 주장해도 그걸 들어주고 다시 확인해주면 좀 좋으련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고객을 위축시키는 위치에서 내려다보기 때문에 조그마한 소리는 금새 묻혀버리고 만다. 그래서 오늘도 우리 아버지는 목청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신 것이다. 
안그래도 공장에서 힘든 일 하시느라 몸 건강도 안좋으신데.......
아버지께서는 자신의 아내의 마지막 유품이라며 보험만큼은 상징적으로 지키고 싶어하셨다.


2010.04.28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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