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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생각/대학시절

보통날.

Jang_quixote 2016. 7. 22. 23:47

그동안 수십 번의 연락하고픈 충동이 있었지만 전화기만 들었다놨다 반복할 뿐 꾹 참고 있었다.
미련, 아쉬움, 추억에 대한 아련함 이런 것들은 이제 남아있지도 않는 것 같다. 
남아있지 않다라기보단 이젠 남겨두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하는게 정답이라 생각했으니까.
오늘도 그 연락하고픈 마음이 충동질하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전화기를 들어 전화번호를 검색하다가, 
이내 다시 종료 버튼을 누르기를 수십 번 반복했다.
"ㅇㅇㅇ".
이 세 자음을 꾹꾹 누르며 온갖 생각들이 다 들었지만 정리되는 건 하나도 없었다.
그냥 머리만 지끈 아파올 뿐. 두통이 생겨난다는 것 외엔 정말이지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그 두통이 화근이었나보다.
평소 머리에 충격이 오는 걸 극도로 싫어하고 이로 인해 급성 스트레스를 겪을 정도로 예민한 내게 두통은 그저 무시할만한 사소한 문제가 아니었다.
평소와는 조금은 다른 그런 번잡함이 나를 사로잡았다.
두통 때문인지, 아니면 오랜 시간 한 자세로 오래 누워있었던 탓인지 의식하지 못한 눈물 한 방울이 눈가를 타고 오른쪽 귀 넘어로 떨어졌다.
더 이상 아쉬움과 미련은 갖고 있지 않는 내게 눈물 한 방울은 그저 오랜 시간 한 자세로 누워있었기에 나온 것이지 절대 감정의 동요로 인한 결과물이 아니었다. 이건 지금도 확신한다.
........
결국 전화기를 들어 세 자음을 검색한 뒤 오른쪽 위 메시지 보냄 버튼을 눌렀다.
또 다시 온갖 생각이 솟아났지만 역시나 정리되는 건 딱 한 가지밖에 없었다.
여느 때와 달리 두통과 감정의 동요의 결과물이라 인정하고 싶지 않은 눈물 때문에 잠시 감성이 이성을 짖눌러 메시지 버튼을 눌렀노라 생각했다. 결코 연락은 하지 않을거라 확신했다.
........
뭐라 보내야할 지조차 생각하지 않은 채 연락할 행동만 취했나보다.
한참 고민 끝에 잘 지내냐며 몇 마디 적어 보냈다.
내가 보낸 그 어떤 메시지보다 어색하고, 무미 건조하고, 가식적인, 형식적인 것이었다.
이런 메시지에 답장은 절대 기대조차 안했다. 그저 내 요동치는 충동을 해소한 것 뿐이리.....
기대하지 않던 답장이 왔을 땐 다른 사람에게 보낸 내 메시지가 답장 온 것이라 생각했으므로 설레임, 혹은 기대감은 없었다. 다른 사람에게 보낸 내 메시지가 답장 온 것이라 생각지 않았더라도 그랬을 것 같았다.
잘 지내고 있고,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짧고, 어색하고, 무미 건조한 답장이었다.
........
참 감사한 하루다.
더 이상 이런 충동은 이러나지 않을 것 같은, 
오래 묵은 갈증이 해소되는 그런 하루다.
이젠 더 이상 세 자음을 검색하지 않을 것 같다.
결단코 아까의 내 두통과 눈물은 감정의 동요로 인한 결과물이 아니다.



2010.01.18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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