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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책

체르노빌 다크 투어리즘 가이드

Jang_quixote 2017. 12. 27. 00:21

2018년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참고도서로 '아즈마 히로키'의 [체르노빌 다크 투어리즘 가이드]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여러모로 작가에게 빡치는 부분이 많다.

우선 그의 '관광'에 대한 시각은 고개를 끄덕이게 할 정도로 수긍이 가는 점이 많긴하다. 피해지역을 둘러싼 이미지 폭력에 저항하기 위한 좋은 수단으로 '관광'을 활용한다는 점에선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런 접근은 피해자체를 둘러싼 정쟁과 찬반문제를 벗어나 어떤 식으로든 피해를 기억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뽑아낼 수 있다는 점도 동의한다. 또한 역사 속에서 계속되는 사고의 가능성을 낮추는 차원에서 사고 자체를 기억해야 한다는 점도 백번 공감한다.

하지만 '아즈마 히로키'가 가지고 있는 일본의 전범과 위안부 문제에 대한 시각에 마주하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빡침이 올라온다. 이 작가는 줄곧 '종군 위안부'라는 표현과 '창기'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마치 일본 정부에 의한 납치가 아닌 자발적이었다는 뉘앙스를 표출한다. 그의 위안부에 대한 시각은 성의 상품화에 의한 인간윤리 상실에 대한 '안타까움'에만 머물 뿐 범죄에 대한 '미안함'은 빠져있다. 마치 유체이탈 화법을 보는 듯하다.

일본의 침략적 관점은 더 가관인데, 식민통치에 의한 근대화를 매우 긍정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런 그에겐 일본의 침략은 '억압'이 아닌 '융화'였으며, 이는 일본 제국주의가 주장한 '대동아공영권'과 크게 다르지 않아보인다.

다크투어리즘을 줄곧 주장하는 그가 진정 다크투어를 통해 느끼고자 하는 건 기억과 반성, 사죄인지, 아님 그저 과거의 덮음인지 잘 모르겠다.
수단이 좋다고 해서 그 근저의 윤리와 도덕을 무시할 순 없다. 오랜만에 좋은 책 발견했다고 좋아했는데 그 마지막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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