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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n·ner
미국∙영국 [
rʌnə(r)]
명사
1. (특히 경주・경마에 참석한) 주자, 경주마 장거리/크로스컨트리/마라톤 등의 주자 
2. [특히 합성어에서] 밀수업자, 밀반입[출]자 
3. (썰매의) 활주부[날] 예문 
4. (땅위로 뻗어 가면서 뿌리를 내리는 식물의) 줄기 
5. 러너(가구 위・바닥 등에 까는 길고 가느다란 천・카펫) 
6. (회사・조직 내의) 잔심부름꾼 
7. (캐나다 영어) 경주화, 운동화 
굳이 영어를 쓰기보단 내가 좋아하는 뜻을 명확히 드러내어 쓰고 싶다. 특히 개인적으로 '줄기'라는 뜻이 참 맘에 든다.
수련회의 조장을 맡아야 되는 상황에 처음 직면했을 땐 긴장감이고 뭐고 없었다. 단지 내게 조장이라는 자리는 섬김이 자리를 거부하는 조건으로 꼭 맡아야만 하는 것 따위에 불과했다. 그래서인지 조장 훈련은 내 기분, 감정에 따라 은혜의 여부가 판단되었고, 내 기도의 자리에서도 온전한 섬김을 나타내지 못했다. 딱 한 번 긴장되고 걱정되는 순간이 있었는데, 수련회 가기 바로 전날이었다. 우리 패밀리만을 품는 것이 아닌, 7번지의 찬미, 범식까지 품어야 된다는 생각에, 혹여나 그들의 만족에 충족되지 못한 조장이 되고 그렇게 계속 남게 된다면, 난 그들의 신앙의 인생에 있어서 올가미가 될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이번 수련회를 준비했던 것 같다.
수련회의 세세한 부분은 이 곳에 남기고 싶지 않다. 우선 내 둔한 기억력 때문에 세세한 것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기록하기란 쉽지 않고, 난 여느 조장과 특별히 다른 점이 없었기에 자칫 내 자신을 꾸며서 드러내고, 그에 따른 교만에 빠질 우려 때문이다. 아무튼 수련회 전체적으로 난 조원들을 통해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였다. 사실 내 안에서의 수련회는 그리 은혜롭지 못했다. 몸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아 자꾸만 예배가 방해되었고, 눈물로 기도한 적이 언제인지조차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매마른 마음의 소유자이기 때문이었고, 낮은 체력은 나를 쉽게 지치게 하여 예배와 기도 중의 집중을 떨어뜨렸다. 3일째 저녁 집회 때까지는 내 안에서의 수련회만을 놓고 은혜과 감동의 여부를 판단하였기 때문에, 수련회가 그저 무감각하게 느껴졌다. 
이런 내가 수련회 중 은혜를 경험하게 된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조금은 유별난, 마지막 날이었다. 그것도 마지막날 안산으로 돌아오기 바로 전에 드리는 폐회 예배를 통해. 잠깐의 예배 은혜를 대표 몇 명이 간증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 시간을 빌어 내 노트에 은혜받은 것들에 대해 작성할 수 있었다. 물론 처음엔 정말 아무 은혜도 생각나지 않았다. 너무 빨리 가버린 목 상태와 낮은 체력으로 인한 지침이 원망스러웠다. 그러다 조원들을 한 번 돌아보게 되고, 그들과 함께한 수련회 기간을 회상하면서 내 은혜를 작성할 수 있었다. 
-태규와의 원투원 시간을 통해 내 죄의 부끄러움을 깨달은 것.
-조원들이 열정으로 예배드린 모습을 본 것.
-조장이라는 자리를 통해 다시 한 번 섬기는 자리를 얻게 된 것.
-하나님의 이름을 높이는 기도의 중요성을 알게 된 것.
-홍 사장님과의 식사 시간을 통해 깊은 대화를 나눌 기회를 얻게 된 것.
-끊임없는 기도로 runner의 삶을 살기를 결단하게 된 것.
사람에 따라서는 적다고 하면 적을 수도 있는 것이지만 내게는 차고 넘치는 감사의 부분들이다. 지난 3일동안 내 은혜의 여부를 내 중심에서 바라보았기에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던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내 은혜가 조원들을 통해 흘러 내게 왔다는 것을 느끼지 못한 채. 다시 한 번 깨달은 것은 조장은 낮은 곳에 있어야 하는 자리라는 것이다. 내가 하나님께 기름부음을 받고 조원에게 흘려보내는 일방적인 모습이 아니라 때로는 조원들을 통해 그 은혜가 조장에게로 흘러갈 수 있다는 것. 가장 큰 깨달음이고 가장 큰 은혜인 것 같다.
조원들을 통해 '줄기(runner)'가 되는 삶을 결단하게 되어서 행복하다. 내가 속한 자리에서, 그리고 내가 앞으로 나아갈 자리에서 복음의, 하나님의 이름을 높이는 줄기가 되길 바란다. 이런 은혜를 경험하게 도와준 우리 조원들, 지명누나, 찬미, 범식, 태규가 너무나 감사하다. 
집에 돌아와서는 몸살로 고생 중이다. 아무리 낮은 체력이라고 하지만 결코 피곤하다고 해서 활동이 불능이거나 아파서 눕는 그런 신체는 아니다. 음..... 하나님의 크신 은혜를 누렸으니 이 정도 몸살은 감사로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소 'over'스러운 면이 없진 않지만.....
마지막으로 내게 가장 큰 은혜와 감사라고 한다면 수련회 기간 '홍 사장님'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게 되고, 그 자리를 통해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것이다. 그저 사소한 질문을 드렸고, 이메일을 통해 답변을 받을 거라 생각했는데 선뜻 저녁 식사를 함께 할 기회를 주신 홍 사장님. 그 분의 신앙과 담대함, 열정, 따스함을 닮고 싶다. 몸을 어느정도 추스르고 나서는 홍 사장님께서 추천하신 책을 몇 권 접해보아야 겠다. '자크 엘룰'이라는 법제학자....... 
P.S. 굳이 runner의 수많은 뜻 중에서 '뿌리'를 강조하여 사용하는 것은, 앞으로의 나의 삶이 '땅 위로 뻗어 가면서 뿌리를 내리는 식물의 줄기'와 같이 '땅 위로 뻗어 가면서 복음과 하나님의 사랑을 내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줄기'가 되고 싶은 바람에서다.


2010.01.28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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