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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간 수험생활로 잔뜩 지쳐있어서인지 처음 선교 팀장의 자리를 제안 받았을 때 길게 고민하지 않았던 것 같다. 다가올 걱정들과 해야 할 것들, 비전에 대한 고민들보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그렇게 선교 팀장 훈련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러나 8주간의 팀장 훈련과 약 한 달 여 기간의 선교 준비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고 중간에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 빨리 이 시간이 지나갔으면 하는 생각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갈수록 깊어지는 걱정들과 부정적인 생각들은 가기 전날까지도 나를 붙잡고 있었고 선교에 대한 기대감을 갖지 못하게 했다. 
출발과정에서의 분주함과 어수선함을 안고 표선리에 도착했지만 마음상태는 결코 나아지지 않았다. 도착하자마자 진행된 이미용 사역 때문에 마음의 분주함은 가시지 않았고 현장에 막상 도착해서 보니 걱정거리들만 한가득 눈에 보이곤 했다. 게다가 팀원들은 밖에서 직접 사람들을 대하며 전도하는데 팀장의 자리 때문에 교회에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선교에 대한 정체성의 혼란까지 느끼게 되었다. 영혼을 구하기 위해 왔는지 사역을 베풀기 위해 왔는지에 대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고, 그런 상태를 팀원들에게 숨기지 못해 팀 전체가 정체성에 대한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그렇게 걱정을 한가득 안고 첫째 날을 보냈다. 
다음날에도 이런 마음은 결코 나아지질 않았다. 도착한 다음 날 바로 마을잔치를 이미용 사역 중간에 진행해야 했기에 어제의 고민들이 그대로 연장되거나 더 가중되었다. 분주함, 어수선함, 실패할 거라는 부정적 생각들 때문인지 교회에 찾아온 할머니들을 쉽게 대하지 못하고 팀장인 내가 더 소극적으로 사역에 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마음 상태로 마을잔치를 시작하게 되었다. 공연을 하면서도 반신반의한 태도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런 나에게 하나님께서 그 순간 나의 생각이 틀렸음을 무언극을 통해 보여주셨다. 무거운 주제를 가진 무언극이었기에 할머니들의 반응은 기대하지도 않았고 이걸 이해하는 것조차 조금은 어려울 거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공연을 보는 각 사람마다 지혜를 주셔서 보는 사람들마다 공감하고 감정이입하도록 이끄셨다. 결과는 대성공이었고 그 반응을 지켜보는 나도 하나님의 기막힌 반전의 역사를 경험하게 되었다. 무언극 이후 하나님께서 우리를 이끌고 계심을 느꼈기에 공연들도, 할머니들에게 다가가 복음을 전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할 수 있었다. 첫날 느꼈던 선교에 대한 정체성이 결국 무의미한 것이었다. 사역의 비중이 커져서 선교의 목적을 흐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결국 틀린 것이었다. 무엇을 하던 하나님의 영광과 표선 땅의 영혼들을 위해 한다면 그것이 곧 선교가 됨을 느낀 둘째 날이었다.
전날의 경험들과는 달리 셋째 날 오전까진 축호전도가 두려웠다. 표면적으론 개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지만 이 또한 사단의 공격과 방해라 생각하고 두려움을 팀원들에게 그대로 다 보여주고 도움을 요청했다. 성령은 우리를 한 팀으로 부르셨음을 마음의 오픈을 통해 다시금 느꼈고 그래서 오후부터는 두려움 없이 각 영혼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축호전도를 하며 느낀 것은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원주민들의 복음에 대한 마음은 굉장히 열려있으나 친척들 간의 강한 유대로 복음이 온전히 들어가지 못한다는 것, 복음에 대해 배척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외지출신의 정착민들임을 알 수 있었다. 오기 전부터 제주에 대해 연구하고 학습했지만 현장에서 직접 느낀 것들은 전혀 달랐다. 우리가 경계해야할 것들은 이단이나 샤머니즘보다 더 강하게 복음을 방해하는 친척 문화임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더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 복음을 받아들이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상황으로 힘들어하는 영혼들이 눈에 보였다. 차마 우리 선교 팀조차도 방법이 없었고 그저 주님의 일하심을 기도하며 구할 수밖에 없었다. 
축호전도로 마음과 영이 어렵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아직도 그 감동을 잊을 수 없는 만남을 하나님께서 이끄셨다. 25년 동안 중풍으로 누워 지내시는 할머니와 그런 할머니를 수년 간 간호하신 할아버지를 만나게 되었다. 할머니는 병상에 25년을 누워계셨지만 언제나 한결같이 믿음을 지켜오셨던 분이었다. 내가 가진 믿음에 대해 난 단 하루를 살면서도 얼마나 감사하며 살까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감사할 것을 찾지 못한 채 하루하루 생활하는 나와는 달리 우리의 작은 목소리로 부른 찬송가에도 ‘아멘’을 연창하시던 할머니에게 믿음이란 무엇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내가 믿음이라고 여기며 사는 삶이 결국 내 기준과 입맛에 맞춰 변형되고 합리화되진 않았는지, 나는 얼마나 하나님을 조건없이 사랑할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되었다. 우리는 제주도로 우리가 가진 것들을 전해주러 왔지만 하나님께서는 이런 우리에게 깊은 고민과 도약의 힘을 주시고자 만남을 예비하셨다. 그 만남이 너무나 귀해 다음날 만날 영혼들을 더 갈망하며 셋째 날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넷째 날 전도사역은 간절했지만 아쉬움이 컸다. 사역을 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라는 것에, 그리고 영혼과 선교 사역에 대한 갈급함을 너무 늦게 깨달아버린 것에 아쉬웠다. 최대한 전할 수 있는 만큼 영혼들을 찾아다니며, 붙잡으며 거리에서, 각 가정에서 복음을 전했다. 내가 가진 안타까움도 함께 전해지길 바라며 그렇게 간절히 전했다.
저녁시간엔 사모님과 해비치 해변쪽을 걸으며 표선리의 영적 상황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이미 지나버린 역사라 생각한 4.3 사건의 후유증, 영적 침체감, 심각한 음란 문화에 대해 들을 수 있었고 우리가 무엇을 위해 기도해야 하는지를 다시 깨닫게 되었다.
안산에 돌아와서 다시금 눈을 감고 그 땅에서의 기억들을 되집어본다.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에 대한 소중함과 감사함을 다시 느끼고 그 땅의 영혼들에 대한 아픔을 다시 느낀다. 비록 4박 5일동안의 짧은 비전트립이었지만 그 영향력이 ‘나’라는 통로를 거쳐서 누군가에게, 다른 사역으로, 다른 파급 효과로 드러나길 바란다. 지금은 정체된 복음화가 언젠가 우리들의 경험과 감동을 통해 다시 회복되리라 믿으며.....
진짜 오랜만에 블로그에 올리는 글이지만 마감 시간 때문에 급하게 마무리한 글......(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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