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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선교팀장이라는 것과 전역하자마자 선교가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기대는 오히려 내게 부담으로 다가왔고 이는 선교기간 내내 걱정과 분주함이라는 모습으로 함께 했다. 또한 나 스스로의 교만으로 이어져 팀원과 리더십에 대한 판단과 정죄를 앞세우기도 했다. 이번 선교를 마무리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걸 꼽는다면 표선 땅의 영혼이 아닌 아마 판단과 정죄로 한없이 무너져 내린 내 모습일 것이다. 

선교 첫날 출발부터 마음이 쉽지 않았다. 갑작스레 분주해진 분위기에 덩달아 분주해진 마음, 그리고 이런 내 마음과 달리 늦게 움직이는 팀원들, 쏟아지는 비까지. 정확히 2년 전 내가 팀장으로 섬겼던 선교를 너무나 닮아있었다. 그래서인지 이번 선교는 지난 선교보다 더 잘해야겠노라 하는 강박관념이 들었고, 그런 내 미음이 지속적으로 나를 힘들게 하고 다른 사람을 정죄하게 만들었다. 이런 강박관념은 곧바로 교만과 이해의 부족으로 나타났다. 무더운 날씨와 환경의 급변화 때문에 첫날부터 팀원 몇몇이 지쳐 쓰러지곤 했는데 그때마다 그들의 나약함을 질타했다.
첫날 기도회에서 간사님의 말씀은 정확히 내 마음을 찔렀다. 선교는 내가 무언가를 하기 위한 게 아니라 하나님께서 날 사랑하시기에 부르신 거라고. 그 당시 나에겐 하나님의 사랑과 감격이 없었다. 선교는 또 하나의 임무와 목표일 뿐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이런 인간적인 마음은 선교 둘째, 셋째 날에도 계속되었다. 하나님께서는 이런 내 모습과 상관없이 뜻밖의 복음을 전할 기회와 복음을 듣는 자들의 영접함의 은혜를 주셨지만 그럴수록 복음을 전하는 나는 점점 더 사무적이고 형식적인 모습이 되었다. 마치 복음이 내가 팔아 치워야 하는 물품마냥.....
당연히 축호 전도가 전혀 즐겁지 않았고 각 영혼들 만나고, 복음을 전하고, 그들의 영접을 바라보아도 감동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이런 내 악영향이 흘러 들어 전체팀원을 더 지치게 만들고 나 자신조차 지치게 했지만 나 자신과 팀원을 향한 판단과 정죄를 멈추지 않았다. 이런 감정과 스트레스는 수요일 저녁 마을잔치 준비회의 때 절정으로 치달았는데, 쏟아지는 피곤과 의견이 합치되지 않고 제자리 걸음인 모습에 스트레스가 최고조에 달했다. 나는 계속해서 하나님보다 내 감정과 의견을 앞세워 나아갔고 마을잔치에서도 끊이질 않았다.

축호 전도 때와 마찬가지로 어르신들을 대하고 복음을 꺼내는 마음이 쉽지 않았다. 다른 팀원들이 자연스레 복음의 기쁨과 감격을 전하는 것과 달리 나는 아무 것도 말할 수 없었고, 그제서야 내가 걱정과 강박관념, 교만과 정죄로 나 자신을 가장 밑바닥까지 끌어내려 왔음을 느꼈다. 물론 하나님께서는 이런 나와 상관없이 표선에서 크게 일하셨고, 더 크게 앞으로도 일하셔서 표선을 반드시 변화시키실 것이다. 그러나 내가 진작 영적 전쟁터의 한복판에서 전쟁 중이었음을 깨달았다면 더 많은 눈물과 안타까움으로 주의 손과 발이 되어 일했을 것이다.

그렇게 목요일 오후에 완전히 무너져 내린 마음을 안고 다음날 다시 안산으로 돌아왔다. 선교 간증문을 쓰는 지금 선교기간을 돌아보며 간증거리를 찾으려 해도 나의 무너진 기억 외엔 남는 게 없다. 하지만 선교에서의 따끔한 기억과 영적 전쟁의 교훈이 안산에 돌아와서 선교지보다 더 선교적 마음과 자세로 살게 하고 있다. 그렇게 힘들었던 주님과의 소통이 행복과 유쾌함으로 다가왔고, 매일 새벽을 깨워 하나님을 뵙는 영광을 누리고 있다. 또한 너무나 감사하고 은혜롭게 주님께서 새 방언을 주셔서 기도의 재미를 더해주셨다. 비록 선교기간의 간증거리는 쓸게 없지만 선교 후의 삶이 선교의 연장선이라 한다면 나는 그 연장선에서 하나님의 깊은 은혜를 누리고 있고 이런 지금의 내 삶이 곧 간증거리가 될 것이다.

선교란 내가 무언가를 하기 위함이 아닌 하나님의 사랑을 누리는 거라는 말을 다시 되새겨 본다. 모든 시련이 나의 배움을 위해 존재하진 않지만 하나님께선 모든 시련을 통해 내가 배워나가길 바라실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선교에서의 나의 무너짐은 곧 하나님의 사람을 회복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평생 나의 삶에서 지속될 선교적 마음가짐에서 중심을 찾아주는 등대가 될 것이다. 다 내려놓고 다 죽이자. 일하시고 나를 사랑하시는 하나님만 바라보며 조금은 가볍고, 조금은 즐겁게 나아가자


2013.11.19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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