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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누리에서 6년을 보내며 정말 많은 선교를 갔다 온 것 같다. 남들은 1번 가기도 힘든 선교를 어쩌다보니 5번이나 가게 되었는데, 그 중 2번은 감사하게도 팀장으로 섬길 수 있었다. 비전누리 마지막 선교를, 그것도 팀장으로써 섬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큰 축복과 은혜였지만 그 과정은 언제나 순탄치 않았다. 매 년 선교를 준비할 때마다 반드시 찾아오는 가족 간의 불화나 개인적 신앙의 무너짐, 의구심, 경제적 어려움 등은 이젠 익숙해질 때도 됐음에도 매번 다시 나를 힘들게 만들었다. 선교 팀장으로 섬기게 된 이번 선교는 팀원으로 섬길 때에 비해 더더욱 많은 시험들이 찾아왔다. 집안 경제의 무너짐을 눈과 몸으로 직접 느낄 수 있었고, 예배에서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한 마음과 기쁨의 사라짐은 머리로 신앙을 의심하게 했으며, 삶의 질서가 무너져 내렸다. 분명 영적 전쟁이 이미 시작됐음을 알고 있었고, 사탄도 나를 무너뜨리기 위해 온갖 방법을 사용할 거라는 것을 예상했지만 매번 이를 버텨내기란 쉽지 않았다. 
혼자라고 느낄 때가 많았다. 선교 계획을 세우고 팀 모임을 진행할 때에도 혼자인 것 같았다. 모든 일을 혼자서 처리해야하는 부담감과 압박감은 나 혼자 짊어지는 거대한 짐이 되었고 그곳에서 받게 되는 스트레스와 영적 전쟁으로 인한 지침은 자연스레 주변인들에 대한 분노로 표출되었다. 실제로 내가 팀 모임을 진행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조언 중 하나가 화내지 말라는 말이었다. 얼마나 분노를 곳곳에 표출했으면 주변 사람들이 그렇게들 말했을까. 그런 내 모습을 놓고 기도하며 내려놓아야 했고, 기도 안에서 성령과 교제하며 기쁨을 회복해야 했지만 지쳐가는 영과 육체는 기도마저 의무감으로 만들었고, 매일 반복되는 기도회 인도는 ‘부담감’이라는 아슬아슬 줄타기였다. 
‘팀장’이라는 역할이 이번이 두 번째이다. 어떤 일이든 한 번 해본 사람이 잘하듯 나 또한 팀장이라는 역할에 대해 내심 자신이 있었던 것 같다. 물론 팀을 조직하고 일정을 진행시키고 하는 일 따위는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건 충분히 내 지식과 약간의 관심으로 다 해낼 수 있는 일들이었다. 문제는 팀의 영적인 흐름을 관리하는 것이었는데, 이런 점에선 난 최악의 팀장이었다. 앞서 썼듯이 난 내 삶의 관리조차 못한 채 허우적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또 한 가지 팀장이라는 자리에서 힘든 것은 역할에 대한 정체성의 혼란이 오는 것이었다. 2011년도 팀장을 맡게 됐을 때도 그랬다. 선교지에 도착해서 팀원들은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람을 만나고 복음을 전하며 기쁨을 누렸지만 팀장이었던 나는 교회 행정적인 일을 하거나 목사님의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하는 일이 전부였다. 그러면서 느껴지는 공허함, “나는 이곳에 과연 선교를 하러 온 게 맞는 걸까”하는 의구심. 이번 선교도 마찬가지였다. 일정을 진행해야 한다는 책임 때문에 센터 아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기회가 없었고, 사실 센터 아이들에게 쏟는 관심보다 팀원들을 지켜보고 지도하고 관리하느라 쏟는 관심이 족히 3배는 넘었다. 그러면서 다시 찾아오는 의구심, “나는 복음을 전하고 있는 걸까”.
선교는 결코 쉽지 않다. 사역 자체의 육체적 피로와 복음 전하며 받게 되는 거절감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삶의 전반적인 부분에서 죄여오는 영적 전쟁은 충분히 한 사람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위에 쓴 것 외에 힘든 걸 나열하라면 앞으로 족히 논문 하나 정도는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분명 약속하신 말씀이 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것은 두려워하는 마음이 아니요 오직 능력과 사랑과 절제하는 마음이니 (데모데후서 1장 7절)]
성경은 사탄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우는 사자와 같다고. 우는 사자는 분명 우리를 찢어놓을 만큼의 두려움을 준다. 그러나 그 우는 사자의 치명적인 약점은 절대 풀리지 않는 쇠사슬에 묶여 있다는 데 있다. 나를 뒤흔들어 놓은 여러 가지 문제들도 정확히 그랬다. 
하나님께서는 자신만의 독특하면서도 굉장히 감동적인 방법으로 이 모든 시험들과 고난들을 무색하게 만드셨다. 엉성한 내 언변으로 전달한 복음이 아이들의 마음에 심겨져 입으로 고백하게 하는 능력이 됨을 보았고, 힘들고 지칠 때마다 서로 웃고 격려하고 세워주며 느껴지는 사랑을 통해 분노를 이겨냈으며, 나의 의를 위한 욕심을 버리고 절제하니 역할에 대한 정체성의 혼란도 내버릴 수 있었다. 그 모든 과정들을 통해 시험과 고난을 들고 찾아 온 사탄을 무색하게 만드셨다. 정말로 넉넉히 이겨낼 힘을 주셨고,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시는 하나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모든 것을 끝내고 마무리 지으며 느껴지는 한 가지는 가장 확실하고 완벽한 선교의 준비는 역시 기도밖에 없다는 것이다. 후에 모든 일정을 돌아보며 깨닫게 된 사실이, 모든 준비와 진행, 날씨, 심지어 슬퍼하지 않고 센터 아이들과 지혜롭게 이별하는 부분에서까지 다 기도대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아무리 체계적으로 준비했다고 해도 십여 개가 넘는 일정이 계획한 시간에 맞게 정확히 이루어지는 게 어찌 사람의 능력으로 가능할까. 다시 한 번 하나님의 일하심과 함께하심, 인도하심에 감사함과 함께 내 뻣뻣했던 고개를 숙이게 된다.
마지막으로, 준비한 모든 기간과 사역 기간을 통틀어서 내게 가장 큰 기쁨이 되었던 것은 아이들이 복음을 고백한 순간도, 천로역정을 잘 마친 것도, 제일 걱정했던 30인분의 요리가 무사히 준비된 순간도 아니었다. 사람이 많고 적든 상관없이 기타 반주에 자유롭게 찬양하고 기도했던 그 순간이 나에겐 가장 큰 기쁨과 위안이었다. 그래서 이번 선교의 물길을 맑은샘 가운데 흘려보내고자 계획할 때 내가 전하고 싶은 것은 감동적인 일화나 경험의 간증, 센터를 위한 맑은샘 차원의 후원이나 프로젝트가 아닌 자유로운 맑은샘 기도회, 그것을 통해 맑은샘이 함께 느끼는 자유로움과 기쁨이다. 아브라함이 갈 바를 알지 못했지만 떠났고, 요셉이 자신의 앞길을 알지 못했지만 어느 장소에서든 하나님을 예배했듯 우리도 막연하지만 우리 안에서 예배하다보면 하나님이 맡겨주실 일들을 바라보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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