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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생각/일상(2017)

편의점 버거

Jang_quixote 2017. 2. 23. 20:33

오늘도 영락없이 야근이다. 

일이 유독 많다기보단 최근들어 내 페이스를 잃은 채 방황 중인 탓이 제일 큰 것 같다.

간단하게 요깃거리를 사러 편의점에 들어갔는데 가장 먼저 눈에 띈 편의점 버거.

평소라면 느끼해서 속에 많은 부담을 주기 때문에 사지 않았을텐데 첫 눈에 들어온 고녀석이 꽤나 깊은 인상을 남겼나 보다.

커피우유와 함께 손에 들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40초 동안 살짝 덥혀 따뜻해진 녀석을 뜯자마자 풍겨오는 익숙한 냄새,

한입 배어 물자마자 혀끝에서 느껴지는 익숙한 맛.

언제 느껴봤더라 잠시 고민하던 중 문득 고등학생 시절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아~ 그래. 고등학생 때 매점에서 먹어봤던 맛이구나.

그때 먹어보고 처음이니 근 10년만이네.

-

그땐 경제적으로나 관계적으로나 참 힘든 시절이었다. 

집에 들어가면 항상 싸우는 소리, 한숨 쉬는 소리만 들려오곤 했었지.

그런 상황이었으니 용돈은 당연히 꿈도 못꿨다.

뭐, 학생이 학교-집 이렇게만 다니는데 무슨 용돈이 필요했겠냐마는

그래도 한창 돌도 씹어먹고 싶을 만큼 뒤돌아 서면 금새 배가 고팠던 때였다. 


2~3교시가 끝나면 항상 북적이던 1층 매점 앞.

그 앞을 지나가면 항상 이 버거 냄새가 복도에 가득 풍기곤 했었다. 

참 많이 배고팠고, 너무나 사먹고 싶었지만 용돈이 전혀 없었던 나로선 언제나 냄새로만 즐기곤 했었다.

워낙 자존심이 셌던지라 먹고 싶은 티를 내진 않은 채 애써 공부에만 집중한 척 했었지만

매점에서 간식을 사먹던 친구들이 어찌나 부럽던지.

지금 생각해보면 버거+우유 합해서 1,500원도 안되는데 그땐 그 돈이 참 궁하고 귀했었다.


그래도 종종 먹을 기회가 있었기에 그 버거를 맛볼 수 있었는데,

박재현이란 친구가 항상 같이 매점 가달라며 굳이 나를 데리고 가선 내 몫까지 사주곤 했었다.

미안함과 열등감이 동시에 느껴지곤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친구 덕분에 

지금 옛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것 같다.


여전히 느끼하고 속에 부담을 주는 맛이지만

그래도 맛있다.

유일하게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절이지만 오늘은 그 추억이 참 맛있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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