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일시 : 2017 9 7일 오전 10 ~ 12

장소 : 의왕문화원

프로젝트명 : 문화원과 함께하는 마을큐레이터 되기프로젝트 의왕을 보다, 듣다, 발견하다

금일 주제 : 주제 및 조사방법 선정 워크숍1

 

매일 수많은 버스와 사람들이 거쳐가는 의왕톨게이트, 분주한 그곳에서 잠시 벗어나 조금은 한적하고 인적이 드문 안쪽 샛길을 따라 걷다 보면 굴다리가 나온다. 굴다리를 지나면 한 사람이 겨우 지날 수 있는 좁은 길이 나오고 곧이어 아파트 단지가 조금씩 모습을 보인다. 그곳에서 조금 더 안쪽으로 울창한 나무를 따라 걷다 보면 오름직한 동산으로 둘러싸인 의왕문화원을 발견하게 된다. 비단 의왕문화원 뿐만 아니라 이곳은 마치 전체가 숲에 둘러싸인 듯한 풍경을 연출한다. 그 숲의 풍취에 맞게 모든 것이 한적하고 느긋하게 움직이는 곳, 의왕문화원의 첫인상은 그동안 톨게이트의 분주함을 닮은 도시라는 내 편견과 달리 초록빛의 여유로움을 닮아있었다.

 

1주 전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드디어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워크숍 첫째 날, 이곳에서 만날 주민들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흔히 의왕을 떠올리면 잠시 거쳐가는 곳이란 인식이 강하다. 서울의 위성도시로 계획된 배경에 사람들이 의왕으로 쉬기 위해 잠시 거쳤다가 다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러 서울 및 근교로 떠나는 곳, 경기 남부권 타도시에서 서울로 이동하기 위해 잠시 거쳐가는 곳, 버스 환승을 위해 아주 잠깐 머무는 곳. 그렇게 잠시 머물다 떠나는 곳에서 정주의식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고, 정주의식이 부재한 곳엔 흔히 서로를 향한 경계와 메마른 분위기가 흐르기 마련이다. 곧 만나게 될 의왕 시민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혹 우려하는 그런 모습의 사람들, 그런 분위기를 마주하게 되진 않을까 긴장하는 마음으로 주민들을 기다렸다.

 

하나둘 주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고 오전 10시에 이르자 약 20여명의 주민들로 강의실이 채워졌다. 마치 당연하다는 듯 대부분 어머님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지만 간간히 아버님들도 보였다. 오리엔테이션 이후 오늘로 서로를 두 번째 만나게 된 주민들, 그래서인지 아직은 서로를 낯설고 어색해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 어색함도 잠시, 강사님이 밝은 인사로 첫 번째 워크숍의 시작을 알렸다.

 

금일 워크숍의 주제는 맵핑’. 그러나 그에 앞서 가장 먼저 마을 큐레이터가 무엇인지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는 것으로 시작했다. ‘마을 큐레이터’, 단어가 가진 순수한 뜻으로 직역해보면 마을의 모습이나 정보를 특정 주제에 맞게 수집하고 분류하는 사람이다. 다만 아무런 감정과 동기 없이 그저 우편물을 주소에 따라 나누는 분류나 무작정 쓸어모으기식의 수집과는 다르다. 마을의 문제를 주민들이 직접 해결하려는 움직임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수집에 있어서 마을에 대한 공감, 고민이 필요하고 이는 곧 또 한 명의 주민인 스스로에 대한 고민의 과정이 필요하다. 따라서 마을 큐레이터는 다른 큐레이터와는 다르게 로 떠밀려서 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참여하는 자발성과 주체성이 중요하다.

이러한 나눔 가운에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 열심히 필기하고 중요 표시를 해두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의 이런 모습 속에서 마을 큐레이터에 대한 열정과 의욕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어서 본격적으로 맵핑에 대한 강의가 시작되었다. 아직은 맵핑이 익숙지 않은 주민들을 위해 강사님은 작은 실습활동을 준비하였는데, 강의실 한쪽 벽에 부착된 의왕 지도에 3가지를 표시하는 활동이었다.

1.     내가 태어난 곳 (의왕이 아닐 경우 의왕 외부에 방향으로 표시)

2.     과거에 내가 살았던 곳

3.     현재 내가 살고 있는 곳

강사님이 설명을 마치고도 몇 초간 머뭇거리고 주저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혹은 옆사람과 상의하며 앞서 나가길 눈치보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하나둘씩 자리에서 발을 떼 지도로 다가갔고 어느새 지도가 부착된 한쪽 벽에 모든 주민이 달라붙어 지도에 각자의 삶의 흔적을 남겼다. 불과 몇 초 전까지 머뭇거리고 어색해하던 주민들은 자신들의 삶의 흔적을 지도에 남기자 자연스레 옆사람에게 추억, 과거, 삶을 나누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과거사가 지도 위에 표시되고 공유되는 순간 교류와 협력의 소재가 되는 신기한 광경이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분위기는 반전되어 긴장과 경계의 모습은 어느새 사라지고 웃음과 교류가 많아지는 분위기로 전환되었다.

 

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강사님의 본격적인 맵핑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맵핑이란 단어나 개념은 다소 멀게만 느껴질 것입니다. 그러나 워밍업으로 했던 실습활동처럼 맵핑 작업은 사실은 나와 밀접한 개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맵핑 과정을 통해 우리는 지역의 경향을 읽기도 합니다. ‘여기엔 사람들이 많이 사는구나’, ‘우리 지역의 사람들은 어디 지역에서 많이 이동해왔구나하는 것을 방금 한 실습을 통해서도 읽을 수 있죠.

이를 통해 또 하나 알 수 있는 것은, 맵핑이란 조금은 멀리서 지켜보는 활동이라는 것입니다. 안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게 다소 거리를 두고 나와서 보게 되면 새로운 시각으로 지역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맵핑을 왜 하는 것일까요? 우리의 자기다운 삶에 대한 욕구나 나와 관련있다고 여기는 마음이 없다면 마을의 맞춤형 정책을 추진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런 마음이 배제된 채 추진된 정책은 대부분 주민들의 삶과 동떨어진 것이 되기 쉽고 우리의 삶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죠. 이는 곧 정책 지원이 마을과 상관없이 엉뚱하게 낭비되는 것을 뜻합니다.”

이러한 설명이 이어지자 주민들은 한층 더 적극적이고 강의에 집중했고, 강사님 또한 그런 주민들에게 단지 지식 중심의 전달에 머물지 않고 마을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과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주민들은 그런 강사님의 열의에 부응하듯 포스트잇과 스케치북에 꼼꼼히 메모하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배움의 열정을 보여주었다.

 

맵핑은 흔히 알고있는 지도와는 조금은 다른 개념이다. 지도는 완성된 결과물에 가깝다면 맵핑은 지역을 깊이 들여다보고 알아가는 과정에 가깝다. 따라서 맵핑의 결과물은 지역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또한 맵핑은 단지 지역의 지형을 나타내는 지도와는 다르다. 맵핑은 지역을 향한 새로운 시각을 담는 것이고, 그렇기에 과거의 경험이나 이미 알고있는 지식을 전제로 지도에 투영시키는 것이 아니다.

이 부분에서 많은 주민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알듯 모를듯 고민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자 강사님의 추가 설명이 이어졌다.

지도는 굉장히 정치적인 입장을 담고 있습니다. 어떤 것 위주로 표시하느냐에 따라 쓰임새와 목적이 확연히 달라지곤 합니다. 행정적 지도엔 주민 관계나 주민 편의시설이 반영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거주민들의 생각이나 정서, 마음을 읽을 수 없죠.”

 

조금 더 쉬운 이해를 위해 또 다른 실습활동이 이어졌다. 앞서 지도에 표시한 세 가지를 가지고 간단한 자기소개하기. 한 명씩 주민들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처음엔 쑥쓰러운 듯 조심스레 자신들의 이야기를 꺼냈지만 이윽고 의왕으로 오게 된 이야기를 하며 자연스레 의왕의 장점에 대해 쏟아내며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을 비춘다.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모습은 이후 이어진 나머지 강의 시간에도 지속되었고, 강사님 또한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과 개인의 이야기를 꺼내며 주민들에게 한층 더 다가가는 모습이었다.

 

이어진 남은 시간엔 맵핑 예시자료를 살펴보았다. 시각화 자료, 영상 등 다양한 도구가 활용된 강의는 주민들의 이해를 높였고, 주민들은 사진을 찍으며 적극적으로 탐구하고 새로운 지식을 익혀나갔다.

 

어느새 첫 번째 워크숍의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20여 분간 맵핑 맛보기 시간으로 직접 맵핑을 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실습이 시작되자 주민들은 조를 이뤄 문화원 내외부, 주변 곳곳을 돌아다니며 조사했고, 천천히 둘러보며 그동안 지나치기만 했던 전시품이나 문화원 시설을 관찰했다. 또한 팀원끼리 탐구 지역에 대해 토론하고 상의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모습은 흡사 전문가라도 해도 과언이 아닐 열정적인 모습이었다.

 

앞으로 더 기대되는 첫째날 워크숍이 이렇게 마쳤다. 주민들은 다음주까지 4가지의 규칙에 맞게 맵핑 계획서를 작성해오는 과제가 부여되었다.

1.     오래된 것 찾기 : 오래된 가게, , , 나무, 장소 등

2.     유휴자원 찾기 : 빈집, 빈가게, 빈공공시설, 버려진 시설물, 자투리 땅 등

3.     사람자원 찾기 : 생활기술자, 잡학/잡기에 능한 사람, 장 담그는 사람 등

4.     개선이 필요한 곳 찾기 : 보행이 불편한 곳, 쓰레기, 장애인 접근성이 좋지 않은 곳 등

수업은 끝났지만 주민들은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자료를 요청하고, 질문을 던지며 그 뜨거운 열정을 이어나갔다. 그 열정에 다음 주에 10분 일찍 모여 자료를 함께 살펴보자고 약속까지 하며 주민들은 강의실을 떠났다.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