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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 2017 9 14일 오전 950~ 12

장소 : 의왕문화원

프로젝트명 : 문화원과 함께하는 마을큐레이터 되기프로젝트 의왕을 보다, 듣다, 발견하다

금일 주제 : 주제 및 조사방법 선정 워크숍2

 

출근길의 분주함이 한풀 꺾이고 조금은 여유가 느껴지는 의왕톨게이트, 지난 방문 때 느낀 초록빛의 여유로움 때문인지 다시 방문한 의왕의 모습은 한층 한적하고 편안했다. 강의 스케치 준비를 위해 의왕문화원으로 다소 일찍 도착했지만 이미 많은 자리를 채운 주민들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이미 10분 전부터 대부분의 자리를 채운 주민들의 모습을 보고 그제야 지난 강의의 마지막 때 나왔던 약속이 생각났다. 10분 일찍 도착해서 강의자료 다같이 살펴보기. 주민들은 그 약속을 잊지 않고 10분 전부터 강의실을 가득 채웠고, 설렘 가득한 모습으로 오늘의 강의 또한 기다리고 있었다. 한 가지 지난 주와 달라진 건 서로를 대하는 주민들의 모습. 다소 어색하고 고요했던 지난 분위기와는 달리 이웃들과 각자 준비한 간식을 담소와 함께 나누는 모습이 정겨워 보였다. 지난 주까지 의왕이 단지 거쳐가는 도시, 그런 분위기의 주민들일거라 우려했던 내 스스로가 부끄러워진 순간이었다.

 

예정된 강의 시간보다 10분 이른 9 50, 영상 시청을 시작으로 금일 워크숍을 시작했다. ‘성벽없는 세상지도 만들기라는 이름의 임완수 커뮤니티맵핑센터장의 강의 영상을 다같이 시청하였다. 영상 강의였지만 그럼에도 주민들은 사소한 내용이라도 놓치지 않을 기세로 꼼꼼하게 필기하고 공부했다. 영상이 끝나고 이어 강사님의 강의가 시작되었다. 다만 앞서 살펴본 영상에 대한 우려에 대해 먼저 언급하는 걸로 시작되었다. 맵핑 작업 시 임완수 센터장님이나 기타 사례로 살펴본 맵핑 결과물에 국한되어선 안된다는 것, 그대로 수용하기보단 각자가 속한 지역이나 환경을 고려하고 고민해서 적절한 맵핑 방법을 선정하는 게 필요하다는 강사님의 조언이었다.

 

이어서 김주환 교수의 퍼포먼스 프로젝트 의 영상을 시청하는 것으로 영상 학습을 이어나갔다. 수원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배우들이 동네마다 이야기를 채집하고, 그렇게 채집된 이야기들 중에서 각 배우가 소중히 여기는 이야기를 재해석해 연극으로 표현한 퍼포먼스였다. 그 중 은 동네에 갑자기 담이 생기면서 길을 오르기 쉽지 않아지자 친구를 만나러 가기 힘들어졌다는 한 할머니의 이야기가 담긴 이야기였다.

인상적인 것은 이런 기록물이 대중성을 고려한 것이 아닌 배우 개인이 중요시 여기는 의미와 취향이 반영되었다는 점이다. 이렇듯 마을을 기록할 때 사람들이 좋아하고 익숙해 할만한 것만 할 필요는 없다. 마을에 대한 고민은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 그리고 주민의 또 한 사람인 를 위한 것이지 외부의 대중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때론 과감히 새로운 예술적 시도가 맵핑의 한 형태가 될 수 있고 그것의 좋은 예시로 은 연극을 보여주었다.

 

마지막 영상 시청으로 이어졌다. 영상 속 동네는 현수막으로 간판을 만든 가게가 군집해있는 신기한 광경이었는데 이를 맵핑한 사례를 보여주는 영상자료였다. 강사님의 설명이 이어졌다.

맵핑을 할 때 동네에 대한 작업자의 마음이나 바람이 투영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맵핑은 메시지가 더 절실하게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지난 강의 내용에 이어 맵핑엔 자신에 대한 바람이나 고민이 담겨있어야 한다는 강사님의 가르침이었다. 맵핑은 정보전달 위주의 지도와는 달리 작업자의 주관성이 담기게 된다.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맵핑은 장애인 이동권 보장에 대한 절실한 마음이 담기게 되듯이.

 

세 편의 영상 시청을 마치고 이어 또 다른 작업의 예시자료를 살펴보는 것으로 강의가 이어졌다. 데니스 우드의 다양한 맵핑 작업을 살며보며 그의 작업물에 담긴 의도와 바람을 간접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의 작업물엔 마을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과 문제의식이 가득 담겨있다. 이러한 작업은 다른 사람들, 나아가 행정관료들에게까지 그 문제제기를 간접적으로 할 수 있고, 곧 마을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시발점이 되기도 한다.

맵핑 과정은 오래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천천히 혹은 멈춰서 관찰하게 됩니다. 그래서 단지 사실의 기록을 넘어 동네를 향한 작업자의 마음이 담길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작업물은 보는 사람들에게 작업자의 마음을 상상하고 공감할 수 있게 합니다.”

 

마지막 예시자료로 헬로 아티스트 정희우에 대한 소개 영상을 시청하였다. 줄곧 이어진 예시자료 탐구가 다소 어렵거나 맥락을 잃기 쉬운데도 주민들은 강사님의 설명에 재미있어 하기도 하고 적극적인 호응을 표하기도 하며 수업을 잘 따라가는 모습이었다. 다양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보며 감탄을 하기도 하지만 종종 자신들이 저렇게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어린 모습과 난처한 표정을 보이기도 한다. 그런 주민들의 모습을 이해한다는 듯 강사님은 바로 탁본작업 등 주민들도 쉽게 해볼 수 있는 쉽고 다양한 작업 방식을 소개하며 주민들의 의욕을 더욱 북돋았다. 꼼꼼한 필기와 중간중간 그림까지 그려가며 다양한 사례를 놓치지 않는 주민들의 모습에 다시 한 번 그들의 뜨거운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강의는 지난 주 맵핑 맛보기로 진행한 실습에 대해 발표하는 순서로 이어졌다. 각자 주민들의 시각으로 바라본 의왕문화원과 주변의 모습, 그에 따른 주민들 시각의 문제제기가 무엇인지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한 조씩 발표를 이어가며 교통시설, 위치적 접근성, 문화원 내부시설의 특징 등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고 그에 따른 주민들의 문제제기도 이어졌다. 이러한 실습 결과를 토대로 강사님은 크게 두 개의 조로 나누었다. 문화원 내부를 탐구한 조와 문화원의 접근성을 고민한 조. 그렇게 조를 나눈 뒤 잠시 휴식시간을 가졌다.

확실히 어색함이 사라지고 친밀감이 형성된 모습을 쉬는 시간에도 서로 담소를 나누는 모습 속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두 그룹으로 나눠 강의는 계속되었다. 문화원 주변부 지도를 그린 뒤 지난 주 조사과정을 통해 느낀 필요 요소나 바라는 점 등을 표기하는 시간을 조별로 갖게 되었다. 주민들은 서로 지난 조사내용과 각자 느낀 바를 상의하고 공유하였고, 이 과정에서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고 기록하는 모습을 보였다. 인상적인 건 각자 잘하는 분야별로 역할을 나누어 분업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지도를 그리는 사람, 의견을 정리하는 사람, 의견을 내는 사람 등 각 능력에 맞게 역할을 나눠 협동하는 모습이었다.

주민들의 기록물은 매우 재미있는 결과를 나타내었다 분명 같은 장소를 탐방했지만 각자 느낀 것과 떠올린 문제가 다양했다. 그런 서로의 의견에 경청하고, 공감하며, 첨언을 하는 등 부족한 기억이나 의견을 보완해주기도 하였다.

조별 활동 과정에서 한 가지 작은 사고가 발생했다. 실수로 한 주민이 음료를 쏟아 옆 사람이 크게 젖게 되었다. 순간 기분이 상하거나 이로 인해 분위기가 가라앉진 않을까 잔뜩 긴장되는 순간이었지만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나서서 치우고 닦아주며 도왔고, 음료로 옷이 젖게 된 주민 또한 괜찮다고 쾌활하게 웃으며 음료를 쏟아 마음이 어려워졌을 주민을 위로했다. 불과 지난 주까지만 해도 서로 어색해하기도 하고 관계가 끈끈하지 않았던 주민들, 그들을 한 주 만에 이렇게 끈끈하게 만든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사소한 갈등이 큰 싸움으로 번져 안타까운 소식이 심심찮게 들리기도 하는 요즘 이들의 작은 사고 해결 과정은 매우 인상깊은 순간이었다.

 

각 조별로 맵핑 결과물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짧은 시간 동안 각자가 직접 겪고 관찰한 것들을 수집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다양하고 색다른 문제제기와 그에 맞는 해결책 제시가 이어졌다. 각자의 발표를 경청하는 모습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첨언을 해주는 모습으로도 이어졌는데 이 과정에서 다양한 아이디어의 맵핑 제안은 매우 재미있는 것들이 많았다. 한 주민은 문화원까지 올 수 있는 색다른 코스나 등산 코스의 맵핑을 제안하기도 하였다.

다소 어렵고 생소하게만 느껴졌던 맵핑, 그러나 이번 실습을 통해 재미있고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주민들은 이후 맵핑 작업을 위해 새로 그룹을 짜고, 작업 방식을 나누고, 계획을 짰다. 서로 자기소개부터 시작하며 새로 관계를 맺는 주민들의 모습도 보였다. 이렇게 새롭게 만들어진 관계는 또 어떤 긍정적이고 멋진 모습과 결과물을 만들어낼지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강의는 이렇게 마무리 지어졌다. 이제 본격적으로 그룹별로 주제를 정하고, 지역을 선정하고, 맵핑을 진행하게 된다. 앞으로 2주 뒤에 다시 이곳에 모일 때 한층 성장한 이들의 모습, 더욱 끈끈해진 이들의 관계가 기대되는 이번 주 강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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