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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 2017 10 12일 오전 10~ 12

장소 : 의왕문화원

프로젝트명 : 문화원과 함께하는 마을큐레이터 되기프로젝트 의왕을 보다, 듣다, 발견하다

금일 주제 : 맵핑 중간 피드백

 

3주 만에 의왕문화원을 다시 찾았다. 그동안 주민들에게는 추석 연휴인 1주를 제외한 2주 동안 각 조별로 활동할 시간이 주어졌다. 그동안 주민들이 보고 느끼고 기록한 의왕은 어떤 모습일까. 이런 기대와 설렘이 오롯이 나의 것만은 아니었나 보다. 강의 시작까진 20분 넘게 남았음에도 삼삼오오 모여 강의실로 들어서는 주민들의 모습이 보였다.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각자 준비한 간식을 나눴고 근황을 물으며 관계를 맺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일부 주민들은 같이 활동한 조원들을 모아놓고 진행상황을 점검하고 있었다. 서로의 역할과 활동에 매우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었고, 마을 큐레이터 활동을 매우 즐기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더불어 개인의 활동에 대한 만족에만 머물지 않고 서로의 역할을 신뢰하고 북돋으며 함께 가는 모습은 이들이 진정으로 연대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10시가 되자 강의가 시작되었다. 다만 참여 인원수는 여느 때와 같지 않았다. 지난 번보다 줄어 10명 남짓의 주민들만 강의실을 채우고 있었다. 오늘만 특별히 사정상 불참한 주민들도 있을 테지만 지난 3주의 시간을 거치면서 몇몇 중도 포기한 주민들도 있었던 듯하다. 더 많은 주민들과 오래 함께하지 못하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론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려온 10명 남짓의 주민들이 감사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앞으로 남은 약 3주간의 시간, 끝까지 마친 끝에 이들이 보여줄 결과물은 어떤 것일까. 열정과 끈기로 이들이 만들어낼 결과물이 더더욱 기대되고 기다려진다.

 

금일 강의는 주민들이 각 조를 이뤄 활동하며 겪은 그간의 경험과 활동내용, 애로사항이나 에피소드 등을 나누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각 팀에게는 10분이라는 짧은 시간이 주어졌지만 어찌 이들이 10분 안에 그들이 겪은 귀한 경험을 다 나눌 수 있을까. 강사님도 그런 주민의 마음을 이해한 듯 충분한 시간을 주면서 각 팀의 이야기에 경청하는 모습이었다.

 

첫 발표는 청계사 옛길 따라조로 시작했다. 김해경, 조은희, 박단경 3명의 주민으로 이루어진 청계사 옛길 따라조는 자연, 사람, 자녀와의 동행을 사랑한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하였다. 그 공통의 관심사와 공감대로 관계를 맺게 되었고 그렇게 같이 조를 이뤄 활동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또한 청계동에 살고 있지만 토박이가 아니기에 그 전의 청계동의 모습이 궁금하게 되었다고 하고, 따라서 그 조사의 일환으로 인터뷰를 가장 먼저 시작하게 되었다. 이들은 그 과정에서 100년 된 가옥, 우물, 옛 도구 등을 발견하기도 하였고, 오래 사신 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동네에 대한 자부심과 애착을 전달받을 수 있었다고 하였다.

옛 지명과 옛 지형을 발견하기도 했고, 왜 예전엔 그런 지명으로 불려졌는지 유래에 대해서도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그런 재미있고 의미있는 스토리가 도로명에 반영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했고요. 그래서 저희는 이런 스토리와 콘텐츠를 적극 살려 다양한 계층을 위한 마을학교로 풀어낼 계획이에요.”

단지 한 번의 경험에 머물지 않고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새로운 고민들 하는 모습, 첫 강의 때 맵핑은 마을의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강사님의 말씀 그대로가 이루어진 순간이었다.

이어서 조 활동을 하면서 시행착오나 포기한 것들도 함께 나누었다. 노은골의 100년 된 가옥에 대한 맵핑을 시도했으나 스토리가 지나치게 방대해 포기하게 되었다고 했다. 강사님은 이에 대해 즉각 피드백을 주며 주민들의 도전을 북돋았다. 또한 앞서 나온 마을학교에 대해서도 피드백이 이어졌다. 이후에 마을학교를 실제 운영하게 되어 옛것에 대해 가르치게 될 때 왜 알고 배워야 하는지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게 가장 먼저라는 것, 현재의 삶과 연결시켜 왜 과거에서 지금의 모습까지 이어지는지 다루면 배움의 필요성을 조금 더 느낄 수 있을 거란 조언을 전해주셨다.

청계산 옛길 따라조의 발표가 진행되는 동안 다른 조의 주민들은 굉장히 경청하는 모습이었다. 발표가 끝났음에도 다른 조 주민들의 질문과 첨언이 줄곧 이어지곤 했다. 옛 지명의 지도와 현재 지명의 지도를 중첩시키면 재미있는 결과물이 될 것 같다는 아이디어도 나왔지만 인터뷰 말만 믿기엔 공신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의견도 자유롭게 나누어졌다.

 

이런 열의의 흐름을 이어 고천동 둘러보기조의 발표가 이어졌다. 이들이 고천동을 다루게 된 계기는 고천동이 재개발을 앞둠에 따라 앞으로 변화되기 전 고천동을 기록해야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그 첫 시작으로 고천동의 옛 지명, 유래 등 문헌적 정보조사부터 시작하게 되었다. 이어 탐구조사 범위를 확장해 어릴 적 추억 속의 고천동의 모습을 따라가며 고천초를 중심으로 조사를 이어나갔다.

고천동을 조사하고 관찰하며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구도심이라 옛길, 옛간판을 많이 볼 수 있었다는 거였어요. 사실 그동안 살면서 너무나 익숙하기에 별로 새롭다고 여기지 않았던 것들이었는데 천천히 둘러보며 관찰하니 새롭게 보이게 되더라고요. 골몰길 또한 마찬가지였어요. 그저 길일 뿐이지만 누군가에겐 추억과 회상의 장소가 될 골목길들이 소중해보이더라고요. 그래서 골목길을 따라 탐방을 이어갔어요.”

이어서 그들이 수집한 가게와 간판, 골목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기본 20년 이상 된 가게와 간판들, 그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사진들이 지나가자 몇몇 주민들은 옆 사람과 옛 추억을 나누기도 하였다. 사진을 통해 옛것, 옛날 방식을 고집하며 지키는 사람들의 자부심과 굳건함이 느껴졌다. 계획된 도시, 그래서 옛것이라곤 별로 없어 보였던 의왕이 새롭게 보이는 순간이었다. 높고 세련된 아파트들의 우뚝 솟아올랐지만 그럼에도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킨 사람들은 어느덧 지역의 전통이 되어가고 있었다.

고천동 돌아보기조의 가장 인상깊은 모습은 조사 과정에서 각자가 느꼈을 감동과 소감을 매우 잘 기록하고 보존했다는 점이었다. 밴드 어플을 통해 팀원 각자의 답사기록이나 소감을 남겨두었고, 이는 조원 각자가 맵핑 주제를 잡는데 매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강사님도 이런 조원들의 노력을 좋은 케이스로 소개하며, 맵핑 작업 시 우선 돌아다니고 둘러보며 느낀 답사 경험을 구체화하며 주제를 잡아가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말씀하셨다. 또한 새로운 아이디어로 확장시키기도 했는데, 수집한 간판 속에서 지금은 잘 쓰지 않는 단어나 상호를 맵핑해 볼 것을 제안하기도 하였다.

 

세 번째 발표는 동부시장 1길에서 6길까지 탐방한 내손2동 동부시장길을 가다조가 이어받았다. 이 조의 인상깊었던 부분은 인터넷 지도가 세세한 부분을 나타내지 못하는 한계를 느껴 직접 지도를 만든 노력이었다. 지도를 만들만큼 세세히 동부시장길을 탐방한 조원들은 조사 과정에서 불법주자, 차량 과잉으로 인한 주차문제를 발견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를 토대로 주차가 가능한 구역을 표시한 맵핑 작업을 진행했으며, 이를 통해 개선점을 도출한 부분까지 발전시킨 모습이었다. 그밖에 옛 지번주소가 남아있는 표지판 조사, 오래된 빌라와 다세대 주택 맵핑, 오래된 상가 맵핑을 진행하였고, 이를 토대로 주제를 구체화 할 계획이라고 하였다.

강사님은 잠잠히 발표를 다 듣고 난 뒤 현재 내손2동 동부시장길을 가다조가 처해있는 문제점에 대해 짚어주셨다. 맵핑이 팩트보단 지나치게 결과 해석에 치중해 있다는 것, 맵핑을 통해 작업자가 직접 결론을 도출해서 보여주려기보단 자료를 보는 사람마다 각자만의 답을 도출할 수 있도록 객관적 맵핑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조언해주었다. 어쩌면 많은 주제거리들이 혼재되어 있어 그동안 하나의 주제를 잡기 힘들었을 조원들에게 냉수와 같은 시원한 답변이 되었을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골우물 마을의 멋과 맛조의 발표가 이어졌다. 이 조는 넓은 의왕을 다 조사할 수 없다는 한계를 먼저 인식하고 따라서 버스정류장을 중심으로 한 조사 범위를 확정짓고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게 조사를 이어나가던 중 골우물 마을이 집성촌 동네였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고, 집성촌 성씨 집안을 토대로 마을 이야기, 문화자원, 지명, 유래 등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하였다. 그렇게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집성촌 가구를 표시한 맵핑을 이어갈 계획이었다.

강사님은 마지막 조의 발표 마지막에 현재 노인 분들의 생활자원과 생활양식, 문화자원을 좀 더 집중해서 담으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덧붙여 주셨다.

 

4개 조가 발표를 마치자 어느덧 강의는 마지막을 앞두고 있었다. 각 조의 지난 3주 간의 활동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고, 그들의 고민과 함께 큐레이팅 작업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물론 첫 작업이기에 다소 어색한 부분도 없진 않았지만 강사님의 조언과 방향제시로 이후 활동의 구체성과 방향을 잡아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제 마을 큐레이터 되기프로젝트도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3주 뒤 최종 완성된 결과물을 보여줄 주민들, 그들은 얼마큼 더 성장한 모습으로 이 자리에 다시 모이게 될까. 그들은 의왕을 보고 느끼고 걸으며 무엇을 발견하고 무엇을 고민하고 무엇을 기획하게 될까. 걱정보단 기대가 더 앞서는 시간이다. 그런 내 기대와 설렘에 부응하듯 강의가 끝난 후에도 주민들은 조별로 모여 전시 준비를 위해 열띤 논의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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