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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생각/대학시절

죽도.

Jang_quixote 2016. 7. 22. 23:51
죽도.
힘겹고 바쁜 삶을 살다보면 머릿 속 구석 한 켠에 박혀 더 이상 감동을 주지 않을 것 같은 그 추억이 갑작스레 솟아날 떄가 있다. 마음이 지치고 강박하여 여유를 느낄 수 없을 때면, 다소 모순적이긴 하지만, 한 없이 여유롭던 그 때가 떠올라 내 마음을 다시금 설레게 하곤 한다.
유난히 길게만 느껴졌던 2009년 선교였다.
그리 덥지도 않았고, 물이 부족해서 크게 고생하지도 않았음에도 그 곳에 있었던 나날들이 꽤나 길게 느껴지곤 했었다. 그게 썩 나쁘지는 않았다. 그만큼 더 오래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조용한 그곳 분위기가 좋았고, 도시에서보단 자급자족하는 것들이 많아 불편할 것 같음에도 되려 그런 육체적 고생이 삶의 소박함을 전해주었다. 자발적인 내 봉사는 팀원을 편하게, 웃게 해줄 수 있다는 기대감에 피로로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리 평범하지도 않았던 선교였다.
하루하루 일정이 매일 반복되던 나날들이었다. 어제 했던 일을 오늘 또 하고, 내일도 하게 되고. 그럼에도 전혀 지겹거나 따분하지 않았다. 반복되는 삶 안에서 약간의 변화와 차이가 하루하루를 설레게 하였다. 같은 길을 걷지만 전혀 다른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의 즐거움은 소박한 그곳에서만 즐길 수 있는 소박한 즐거움인 것 같다.
무엇보다 사람이 가장 소중했던 선교였다.
이제는 대학부를 졸업하여 자주 뵐 수 없는 지규 형님의 마지막 대학부 선교. 때론 가장 낮은 모습으로 섬기면서도 가장 높은 가르침과 깨달음을 주셨던 맏형님다운 모습. 
항상 죽도교회를 놀러오던 꼬마 남매 두 명. 나와 누나의 어린시절을 떠올리게 하여 다소 마음이 아프고 그랬지만, 그건 내 기억에서의 고통이고, 이 아이들은 너무나 아름답고 해맑았다. 내 마음마저 정화되는 듯. 함께 쌓았던 추억이 반드시 이 아이들의 삶의 보석이 될 거라 믿는다.
혼자서 외롭게 하루하루를 보내셨던 90세 최고령 할머니. 믿음을 굳게 지키라는 마음에서 내가 매일 차고 다니던 십자가 목걸이를 걸어 드리고 왔는데..... 선교 이후 할머니의 소식을 접하지 못했다. 지금쯤 잘 계시려나? 다소 욕심이겠지만 내가 다음 선교 갈 때 다시 뵀으면 좋겠다.
우리 팀에게 맛난 음식을 자주 만들어주시고, 때론 농담으로 함께 어울리셨던 죽도교회 목사님. 그 분의 헌신과 믿음, 영성, 지식이 내게 참 많은 도전이 되었다. 
아쉽게도 이번 2010년 선교에는 함께 하지 못할 것 같다.
학원 일정이 결코 나의 선교 일정을 허락하진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지금 드는 생각은, 꼭 기도해보려고 한다. 2009년 선교에서도 참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국 인도하신 하나님이시니, 이번에도 주님 뜻대로 날 인도하시리라 믿는다. 다시 한 번 죽도에 간다면, 그 소중한 사람들에게 내 모든 사랑과 헌신을 다하리라.
삶을 너무 바쁘고, 지치게 살아가는 것 같다.
주님께서 주신 죽도를 향한 마음과 그 추억. 잠깐이나마 떠올리고 이렇게 글을 쓰면서 깊은 여유를 누릴 수 있어서 좋았다. 내게 언제나 힘을 주시는 하나님, 그리고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죽도 선교. 항상 내 사랑이 변함없이 그 방향으로 흐르길 바란다.




2010.02.05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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