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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생각/생각정리

아버지의 트럭

Jang_quixote 2017. 12. 9. 00:33

아버지의 트럭은 아버지를 참 많이 닮았다.
이곳저곳 다친 곳도 많고 세월의 흔적도 가득 묻어있다. 공장의 기름때에 자칫 손과 옷에 검은 때가 묻기도 하고, 낡은 엔진소리에 힘을 잔뜩 쥐어짜는 게 느껴져 안쓰럽기도 하다.

철없던 학창시절엔 아버지의 트럭을 창피해하곤 했다. 그래서 아버지가 등교길에 데려다 줄땐 교문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서 내려서 걸어가곤 했다. 그 당시엔 다른 부모님들의 멋지고 깨끗한 승용차를 부러워했던 것 같다.

고시생 시절,
느즈막히 집에 올 땐 언제나 먼저 아버지의 트럭이 역앞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행여나 차안이 차가울까봐 엔진을 잔뜩 데워놓은 채. 그때의 아버지의 트럭은 가족의 품이었고 보살핌이었다.

어느덧 10년이 다 되어가는 트럭이 요즘 부쩍 말썽을 부리곤해서 걱정도 되지만 그래도 오래오래 보고싶다.
아버지를 닮아 정겹고 아련한 그 뒷모습을 오래오래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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