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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공연

음악극 'LOVE'

Jang_quixote 2017. 12. 13. 23:41

세 가지 이야기, 하나의 이름 '사랑'.

첫 번째 이야기는 누군가의 소설 속에 자신들의 사랑이 너무나 똑같이 적힌 두 사람의 사연이 등장한다. 너무나 똑같기에 결말을 두고 고민하는 두 사람, 끝내 그들은 결말을 덮어둔 채 책을 강으로 던져버리지만 이미 여자는 결말을 보고말았다. 그 결말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마지막에 그들의 사랑이 'END'로 적혀있을 뿐. 그러나 여자는 'AND'로 고쳐적으며 그들의 사랑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기로 한다.

두 번째 이야기 속엔 그들의 옛사랑을 후회하는 늙은 두 사람이 등장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살기 위해 돈을 버는데 몰두하는 남자, 사랑을 갈망하지만 남자가 일에만 몰두해 언제나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여자. 끝내 그들은 이별한 채 오랜시간을 보내고 늙은 모습으로 다시 만난다. 그러나 이미 늦어버린 그들의 사랑. 남자는 지난 자신의 모습을 후회하며 사랑은 그 어떤 가치로 살 수 없다는 것을, 오직 마음으로만 사랑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마지막 세 번째엔 너무나 다른 부류의 두 사람이 등장한다. 전혀 어울리지도, 만날 것 같지도 않은 두 사람이 우연의 연속 가운데 하나의 사랑으로 가까워진다. 운명을 믿는 여자와 운명을 믿어보기로 하는 남자, 그들은 그렇게 운명적인 사랑을 시작한다.

연극을 많이 본 적은 없지만 지금까지 봐왔던 그 어떤 연극보다 연출이 가장 훌륭했다. 적절한 음악과 메세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영상, 오브제, 이야기의 구성 등 너무나 물 흐르듯 조화로워 '사랑'에만 푹 젖어들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웠던 건 1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세 이야기를 다루려니 다소 스토리가 중간에서 급히 끝나버리는 느낌이 들기도 하다. 어쩌면 그 점이 적당한 궁금증과 여운을 남기는 긍정적 장치일지도.

연기자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이 좋았고, 특히 실시간으로 연주되는 음악은 현장감을 더해 진짜 극의 한 가운데에 서있는 느낌이었다. 그중에서도 하모니카 소리는 극의 분위기를 가장 잘 드러내면서도 단독적으로 튀지 않고 다른 음악에 잘 녹아든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나는 어떤 사랑을 하고 있을까.
한때 우리의 사랑도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우리의 사랑이라고 다른 이들의 사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겼기에, 어떤 신호나 상황마다 다른 사랑의 케이스에 대입하며 섣부른 결론 혹은 답을 짓곤 했었다. 그러나 사랑은 그 사랑을 하는 두 사람의 것. 그 어떤 사랑도 이전의 사랑과 똑같지도 않을 뿐더러 그 사랑은 그 두 사람이 만들고 개척해가는 것이다. 사랑을 비교하며 평가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이 또 있을까.

사랑은 어떤 가치로 환산할 수도, 가치를 매길 수도 없다. 스스로의 사랑에 조건을 달아 충족하기 위해 애쓴들 사랑은 사랑 이외에 그 어떤 것으로 얻을 수도 없다. 그렇기에 사랑은 철저히 미래지향적이지 않고 현재진행형이다. 사랑을 더 잘하는 법, 그건 어쩌면 지금의 사랑에 충실하는 것 뿐이지 않을까.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선 사랑을 거듭된 우연의 연속이라 했다. 그렇기에 한없이 가벼운 우연은 역설적으로 진중하고 무거운 것이 되고, 정해진 운명의 사랑은 반대로 그 우연의 연속에 비해 한없이 가벼운 것이 된다.
사랑에 너무 심오할 필욘 없다. 그저 우연이 거듭되어 톱니바퀴처럼 맞춰지는 그 사랑을 믿으면 된다. 그리고 그 사랑의 현재에 충실하며, 스스로의 사랑을 개척해 나가는 것,
그것이 사랑의 오묘함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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